'슈퍼 호황' 전력기기 3社…"해외 공략 국가 더 늘릴 것"

입력 2024-02-02 18:23   수정 2024-02-13 16:48

HD현대일렉트릭 137%, 효성중공업 80%, LS일렉트릭 73%….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국내 ‘빅3 전력기기’ 기업이 받아든 작년 영업이익 증가율이다. 국내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정 업종에 몸담은 기업들이 다 같이 잘나갔다는 것은 이들 제품을 찾는 곳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진원지는 미국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통하는 인공지능(AI) 적용 기기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 설치한 지 25년 넘은 노후 설비 교체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빅3’는 2년 전부터 시작된 ‘슈퍼 호황’ 시기에 벌어들인 돈을 신제품 개발과 유럽 호주 등 신시장 개척에 투입해 지멘스, 슈나이더일렉트릭, 히타치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좁혀나간다는 구상이다.
○역대급 실적 받아든 ‘빅3’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2조7028억원, 영업이익 3152억원을 냈다고 2일 발표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8.4% 늘었고, 영업이익은 137%나 뛰었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도 비슷한 성적표를 받았다. 효성의 매출(4조3006억원)은 22.5% 늘었고, 영업이익(2578억원)은 80% 증가했다. LS일렉트릭 매출(4조2305억원)과 영업이익(3249억원)도 각각 25.3%, 73.3% 확대됐다.

빅3 기업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겨준 ‘키워드’는 미국과 AI, 교체, 친환경 등으로 요약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정이나 기업에 보내려면 그에 맞게 전압을 바꿔주는 변압기는 필수다. 이게 미국에서 2년 전부터 ‘귀한 몸’이 됐다.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되다 보니 수익성이 좋아진 건 당연한 일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교체 수요.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변압기의 70%는 교체 시점인 25년 전에 설치됐다. 통상 변압기는 25년이 지나면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태양광, 풍력 등을 쓰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것도 ‘변압기 슈퍼 호황’에 한몫하고 있다. 발전소가 문을 열 때마다 변압기를 새로 넣어야 해서다.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는 AI 서비스가 일상화하고 있는 만큼 변압기 수요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2%대였던 한국 제품의 미국 변압기 수입 점유율이 지난해 4%대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새 먹거리 잡아라”
사상 최대 실적을 받아들었지만, 빅3의 표정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한 수 위’로 꼽히는 독일과 일본 경쟁사들이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면 또다시 ‘바이어스 마켓’으로 바뀔 수 있어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으로 바뀌면 단가는 추락한다.

빅3가 슈퍼 호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잡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효성중공업이 잡은 아이템은 ‘전자식 변성기’다. 전력망 상태를 확인해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기기(변성기)에 디지털을 접목한 첨단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을 노크한다는 구상이다. 또 이달부터 본격 가동하는 네덜란드 연구개발(R&D)센터를 통해 유럽 각국에 딱 맞는 전력기기를 개발, 유럽 수출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친환경 변압기 기술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오는 4월 충북 청주시에 배전기기(전기를 기업·가정으로 배분하는 기기) 공장이 가동되는 만큼 배전기기 판매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미국 중동에 이은 신시장으로는 호주를 꼽았다.

LS일렉트릭은 주력 시장인 미국 판매를 늘리기 위해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하게 엮기로 했다. 유럽에선 변압은 물론 직류·교류 변환도 가능한 반도체 변압기를 개발해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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